자유투

기다리는즁

안과에 왔는데 심심함을 느낀다 사람이 많아 최소 삼십분은 걸릴 듯 싶다 젊은 사람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티비를 보거나 바닥타일을 보고 계신다 타일만 멍하니 바라보시거나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어르신들께 무슨 생각 중이시냐 급 인터뷰를 하는 상상을 해본다 무슨 생각을 해~그냥 있는 거지 라고 답하는 상상도 한다

어르신들은 어떻게 심심함과 지루함을 견디고 계실까 나같은 사람은 스마트폰에 의해 일종의 퇴화를 겪고 심심함을 견디는 기능을 잃어 겨우 겨우 방법을찾아 헤매는 중인데 말이다 애초에 우리만큼 도파민 중독을 겪지는않았을 할머니할아버지들은 그들만의 방법을 갖고있을까?

치매를 조금 앓고있는 나의 외할머니는 길을 자꾸잃어 혼자 멀리 나가질 못한다 할머니는 그 동네를 속속들이 다 아는 사람이었다 이곳저곳다니는걸좋아해버스도 아주 잘타고다녔다 그런 할머니가 다닐 수있는 길이 이젠몇 개 없다 할머니 요즘 뭐하면서 놀아요 심심하지 않아요? 라고 물어봤다 나같은 할망 어디가크니 매일 조띠강 부두에 앉앙 아저씨들 낚시하는거 가만히 본다 그민 이따만한 물고기도 잡히고 요만한 것도 잡히고 가만히 그거도 보당 바다도 보당 오쥬 겅해도 보당보민 잘도 재미지주게 시간 가는줄몰라

할머니는 그 얘기를 몇번을 반복했다 오분전에 얘기한 줄도 모르고. 엄마 할머니가 진짜 부두까지 걸어간걸까? 엄마는 알 수가 없다고했다 지어낸 건지 뭔지 그래도 할머니가 꾸며대는 것 같진 않다 할머니의 도파민은 갑자기 잡혀올라오는 물고기였다 또는 발견한 새였다 방파제나 파도였다 할머니에겐 매일 가는 부두가 처음 보는듯 새로울 것이다 항상 보던 아저씨들을 처음보는듯할 것이다 어제가 없이 오늘만 살아가는 할머니에게 똑같은 부두는 똑같지가 않다

안과라는 곳을 난생 처음 왔다면 나는 지루했을까? 지하철을 난생 처음 탔다면 가는 길이 그렇게도 심심할까? 심심함의 이유가 뻔해서라면 심심하지않기위해 어떻게 지내야할까 그저 물고기가 통 튀는 바다를 보면서도 함박웃음을 짓고 뻗어난 나무가지를 보며 모양을 신기해하고 새소리를 들으며 어제와는 어떻게 다른지 생각한다 이렇게 살면 점점 재밌어질까? 더이상뻔하지않을까? 나는 그정도의 자연스러운 자극으로도 즐겁게 삶을 영위할 수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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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내도파민은 — Feb 22, 2024:

    친구들의 글이야 얼른 또 줘

  2. 명상할 때 — Feb 23, 2024:

    새소리 빗소리가 도파민이었는데!

  3. 이 글을 일꼬 낭께 — Apr 1, 2024:

    스크린이 아닌 일상에서 움직이는 것들을 나의 도파민으로 마구마구 삼고 싶어 !